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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 이케와키치즈루

by 아르투로 2023.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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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 이케와키 치즈루 

 

 

영화를 보며 갖게 되는 느낌이 있다. 먼저 안좋은 느낌을 보자면 지루함, 유치함, 혐오스러움 등이다. 이런 것이 심할 경우 영화보기를 중단하게 된다. 좋은 느낌으로는 젖어듦, 재미, 몰입 등이 있다.

 

안좋은 느낌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다지 좋은 느낌도 아닌데 유독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그 기억은 장면이나 쇼트 중심인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이누도 잇신 2003'이 그랬다.

 

이 영화에서 조제와 카나에가 대면해 서로 뺨을 때리는 장면 특히 카나에가 뺨을 대주는 쇼트가 기억에 남는다. 호랑이를 보며 조제(이케와키 치즈루)가 짓는 표정도 기억에 남을 만치 인상적이었다. 배우가 짓는 표정의 위력을 새삼 실감게 해준 영화.

 

만약 자신의 주변 누군가가 장애인과 교제를 한다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혹은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누군가 당신에게 이성적 관심을 보인다면?

 

이러한 질문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장애인과의 교제가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공통적으로 직감하기에, 순조로워 보이는 진행도 시간상 파국에 가까워지는 것이라 더욱 애잔해진다.

 

마작방 알바생이자 대학생인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할머니가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는 다리를 못 쓰는 여성 조제(이케와키 치즈루)를 만난다. 그는 그녀의 독특한 분위기에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

 

조제는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과 태도에 둘러 싸여있다. 사회는 그녀를 가두고 옥죈다. 어떤 이는 그녀를 습격하기도 하고, 가슴을 만지게 해주면 쓰레기를 매일 버려준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받아들인다. 혼자 유모차를 끌고 가기엔 쓰레기장이 멀어서다.

 

보호자인 할머니조차 그녀를 구속한다. 할머니가 그녀를 태우고 다니는 유모차도 단절의 공간이었던 집을 단지 이동식으로 바꿔놓았을 뿐이었다. 유모차 속 그녀는 외부와 접촉은커녕 담요에 가려져, 세상을 바라보는 것마저 힘들었다.

 

하지만 츠네오는 달랐다. 그녀의 곁에서 사랑을 주며 그녀를 세상 밖으로 인도했다. 그녀의 소망이었던 '사랑하는 이와 가장 무서운 것 같이 보기'도 실행했다. 그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호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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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마저도 결국 조제를 떠난다. 그는 그녀의 장애 자체에도 지쳤으나, 자신과 그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끝내 견뎌내지 못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의 복잡 미묘한 심경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다.

반면, 조제는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자신의 불편한 다리에서 비롯된 특이한 취향 탓이라고 여긴다. 자라오며 많은 부당한 일을 겪었을 그녀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현실 앞에서 그의 진심을 왜곡한다.

 

그녀는 순수한 사랑을 믿지 않아 츠네오의 애정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서로 사랑하는 두 인물의 입장 차이에 따른 서로 다른 시선을 애잔하게 보여줬다.

 

키네마 준보는 일본영화 베스트 10 (2003 / 77회)중에서 본작을 4위에 선정.

 

치즈루의 표정 연기에 매료된 필자는 '그곳에서만 빛난다 - 오미보 2014' 까지 감상하게 됐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평작이었으나 치즈루의 호연은 이어졌다. 다만 10년 여의 시간은 긴 것이어서 치즈루를 180도 변신케 했다. 10년 여가 지나자 눈부신 태양 이미지였던 치즈루가 어느덧 어두운 장르물이 어울리는 배우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아래 글은 ‘인생 영화 베스트 텐’이 상당히 독특한 한 영화 팬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을 띄고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거장이긴 한데, 몰입도란 측면에서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이 일본 영화 중 최고더군요. 현행 일본영화 최강은 역시 구로사와 기요시일 텐데, 일본 평단은 국내는 물론 유럽과도 많이 다른 그들만의 리그란 측면이 있더군요.

 

키네마 준보의 올타임 외국영화 베스트100에 보면 히치콕의 ‘현기증’이 거의 최하위인데 반해, ‘로마의 휴일’은 최상위권에 있습니다. 심지어 이소룡이 출연하는 ‘용쟁호투’가 키네마 준보의 올타임 외국영화 베스트100의 중위권에 있기도 해 충격을 안겼습니다.

 

최근에 키네마 준보가 2015 일본영화 1위로 꼽은 ‘그곳에서만 빛난다’를 감상했는데, 다소 진부하기도 하고 실망스럽더군요. 이 영화를 본 주 이유는 이케와키 치즈루의 변신이 궁금해서였습니다. 이 영화를 찍기 약 10여년 전에 찍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에서 치즈루의 표정연기에 사정없이 매료되었기에 10년만에 얼마나 변했는지가 꽤 궁금하더군요.

 

이케와키 치즈루에게 매료된 것은 마츠 다카코에게 끌린 것과 결이 많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마츠 다카코는 전형적인 미인 이미지라 끌린 것인데 반해 미인이 아닌 치즈루에게는 그의 표정연기 단 하나에 무릎을 꿇었다는 겁니다.

 

감상 결과는 여자에게 10년이란 역시나 꽤 긴 시간이란 점을 재확인한 것이었습니다. 10년 전 마치 동화 속 캐릭터 같던 이케와키 치즈루가 180도로 변해서 어두운 장르물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어 있더군요. 햇빛에 비친 새싹같던 이미지가 10년 만에 뒷골목의 끈적거리는 캐릭터에 적합한 배우가 되어 있더란 겁니다. 이케와키 치즈루의 표정연기는 변신 폭이 컸으나, 이번에도 역시나 나쁘지 않더군요.

 

이 지점에서 드는 다소 뜬금없는 물음 하나 –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들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함이 없어 보이는데, 치즈루를 포함한 여자들 일반은 왜 그렇게 큰 폭으로 변하는 걸까?” 아 물론 무대에 서는 것과 영화 출연은 완전히 다른 얘기임을 모르고 던진 물음은 아닙니다.

 

소녀시대 윤아같은 멤버를 영화에서 기용한다고 했을 때는 얘기가 완전히 틀려집니다. 10년 전 윤아는 치즈루처럼 햇빛에 비친 새싹이었겠으나, 지금 영화에 기용하려 하면 치즈루와 다르지않은 신세일 겁니다. 현재의 윤아도 이제는 장르물이 더 어울린다는 소리입니다.

 

물음을 던진 김에 물음과 관련된 소리를 한 마디 합니다. 대화를 하다가 혹은 글을 쓰다가 물음을 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이 물음은 답을 몰라서 던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화두를 던지려고 혹은 뭔가를 환기시키려고 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분간하지 못합니다.

 

약간은 모자란 단세포형 인간들은 모든 물음을 몰라서 답을 구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단세포형 인간은 악인은 아니지만 눈치가 없습니다. 그의 의도 자체는 선량해서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지닌 것을 전하려 합니다.

 

종교인들 가운데 이런 단세포형 인간이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단세포형 종교인들은 눈치를 함양하는데 많이 힘써야 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얘기를 듣고싶어 하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아울러 대화 시에 얘기를 길게 하려하지 말고 간단명료하게 하려 애써야 합니다.

 

요점을 추려서 얘기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훨씬 더 낫습니다. 침묵은 싸구려 수다보다 천배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침묵은 상대방에게 최소한 고요를 전달해주기 때문입니다. 소음으로 뒤범벅이 된 시대에 고요의 가치는 결코 낮지 않습니다.

 

 

차주영 프로필

 

악뮤 이수현 정서주 배다해

 

최지우 백지연 이득렬 사망 선악과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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