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가계도
6년간의 투병 끝에 별세한 이건희 회장은 심근경색, 폐질환 등을 겪은 바 있어 이에 따른 후유증 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자택에서 쓰러진 후 6년5개월 이상 입원 치료 중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의식은 없지만,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자가 호흡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휠체어 운동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받아왔으며, 한 때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등으로 막히면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심장 세포가 괴사하며 생긴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으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에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다. 이건희 회장은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갖고 있었고, 심장혈관이 좁아져 흉통이 나타나는 협심증도 앓았다.
이 회장은 유독 폐도 약해서 폐렴에 자주 걸렸으며, 폐에 물이 차고 부어 폐활량이 떨어지는 폐수종도 나타났다. 이 회장이 유독 폐렴이 발병했던 이유로 삼성가 가족력인 ‘폐암’과 희귀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가 꼽힌다. 젊을 때는 대부분 건강해 보여서 잘 모르지만, 나중에 발병한다. 공통적으로 삼성가 남성에게 폐암이 발생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모두 폐암으로 투병했다.
이건희 회장은 샤르코마리투스 유전병을 앓은 탓에 목 부위 근육까지 약해져 음식이 자주 기도로 넘어가 폐렴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샤르코 마리 투스는 인구 10만명에 36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한 유전병이다. 발병되더라도 사람마다 증후의 정도는 다르며, 기본적으로 말초신경에 손상이 생겨 근육이 손실되는데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손발이 굽어진다. 샤르코 마리 투스는 심하면 걷지 못하게 되며,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완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르코 마리 투스는 대부분 상염색체 우성형질로 유전돼 부모가 병이 있었으면 자식도 발병할 확률이 높다.
삼성가에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부인 박두을 여사가 샤르코 마리 투스병을 앓았다. 이어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미경 CJ그룹 부회장까지 유전병이 이어졌다.
이건희 가계도 - 삼성가 가계도
이건희 회장의 투병 사망은 세인들에게 머니와 건강의 비교가치를 일깨웠다. 머니는 세속적 제2가치다. 머니가 있고 없음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지만, 머니가 세속적 제1가치는 아니다. 건강이 없으면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머니가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건강이 세속적 제1가치다. 건강한 빈민이 거부인 병자보다 그래도 나은 것이다.
이병철 – 이건희 – 이재용 으로 이어지는 삼성가 3대의 삶은 국내의 대표적 오너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이 3인이 모두 가장 이상적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다수 일반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국내 최고의 부’와 고용된 자의 정신적 부담이 없는 오너의 여유로움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들의 삶이 선망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자산가, 오너의 삶은 대다수 일반인의 삶에 비해 최상에 가까운 특별한 것이다. 그 구체적 이유를 아래 내용에서 언급한다.
처세와 대인관계 그리고 오너
통 속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디오게네스와 당대의 정복자 알렉산더의 만남 일화는 유명하다. 코린토스를 점령한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찾았다는 일화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수록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디오게네스를 찾아온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한 가지 있다. 당신이 내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주시오.”라 답했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만일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디오게네스는 “만일 내가 디오게네스가 아니라면, 나 역시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현자 디오게네스가 칩거하는 삶을 택한 것은 내면의 평온 때문이었을 것이다. 알렉산더의 제안에 부응하면 알렉산더의 책사도 할 수 있고, 그의 스승 노릇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강호로 나가게 되면 알렉산더의 주변 권력층과 마주쳐야 하고 온갖 권모술수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굳이 그렇게 극단적 가정을 안해도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대인관계 스트레스란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것이다.
솔직하게 하고싶은 대로 속 시원히 대인관계를 해나가면 대인관계가 엉망이 된다. 일례를 들자면, 묻지도 않은 얘기를 신나게 해대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 얘기의 특징이 2가지 있는데, 하나는 엄청난 분량으로서 끝도 없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다른 한 특징은 방대한 분량이다 보니 사실과 다른 틀린 대목이 무수히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학력과 교양 수준을 떠나 수다를 방대하게 떠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일체 안주고 30분 혹은 1시간 이상을 숨도 안돌리고 계속 일상 수다를 이어간다고 생각해 보시라. 이럴 경우 아무리 고학력에 고교양을 지녔다 해도 사실과 다른 틀린 대목이 무수히 나온다. 이 때 틀린 대목을 몇 차례 지적해 주면, 그는 이후 당신에게 일방적 수다를 떨지 않게 된다. 하지만 당신은 적을 한 명 추가한 셈이 된다. 일방적 수다를 떨던 그는 자신의 틀린 대목을 지적해준 사람에게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대인관계이며 처세다. 처세, 대인관계 방법을 다룬 서적들은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서적들마다 이런저런 각종 세부 사항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한 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할 수 있고, 더 축약해서 단 몇 줄이나 한 문장으로 까지도 정리할 수 있다.
그 한 문장은 '상대의 말을 열심히 잘 들어줘라'다. 잘 들어주면서 공감해주고 상대가 원하는 포인트에서 웃어주는 등 재미있어 해주면 대인관계나 처세는 만점이다. 모든 주변인에게 이렇게 해주면 적이 없고 아군으로 둘러쌓이게 된다.
모든 주변인 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이 간단한 한 가지가 기실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며 대인관계, 처세의 최고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 인간 대부분이 하는 말은 내용이 틀리기 일쑤이고 빈약하거나 재미도 없다. 억지로 꾸며서 흥미로운 척을 해가며 공감과 더불어 포인트에서 웃어주기는 대단히 힘들고 피곤하다. 때로는 속까지 뒤틀린다.
대인관계에서 금기사항을 대표적으로 든다면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무심코 나눈 사적 대화에서 이런 식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면 당시엔 쾌감이 느껴지지만 나중에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비수 한 개를 추가한 셈이 된다. 무난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면 논리로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이 훨씬 낫다.
상대방 얘기의 틀린 점을 지적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삼가는 것이 낫다. 틀린 얘기에 끄덕이며 공감해 주자면 보통 고역이 아니다. 급기야 속에서 치며 오르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
대인관계, 처세를 이런 식으로 성공적(?)으로 해나가서 대조직의 최고위직에 올랐다고 치자. 해당 인물의 내면이 성취감으로 마냥 뿌듯하기만 할까? 그 인물의 내면은 아마도 만신창이다. 솔직한 표현을 하지 않고 대인관계를 위해 오랫 동안 꾸밈으로 가득 채워온 그 인물의 내면은 스트레스로 쩔어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다름 아닌 홧병이다.
불교의 시각으로 그 인물은 가엾은 중생이고, 도가의 시각으로는 부자연스럽게 인위와 꾸밈으로 채워진 개인이다. 참는 것이 마냥 미덕은 아니다. 표출 없이 내부에 쌓아두는 것이라 참는 것은 꾸밈이요 인위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를 버럭버럭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참는 상황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는 거다. 그러자면 오너가 되어야 한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면 재미없는 얘기를 재미있게 들어주고, 적시에 맞장구도 쳐주고 웃어도 줘야 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늘상 있어온, 재야의 고수가 초야에 은둔하는 것은 이 같은 대인관계의 스트레스 탓이 매우 크다. 초야의 은둔을 택한 재야의 고수는 마음이 편하므로 여간해선 다시 강호로 나가지 않게 된다.
디오게네스의 은둔 칩거는 맘 편한 삶, 내면의 평온을 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내면의 평온이야말로 머니는 물론 건강보다도 상위 가치일 수 있다. 맘 편한 게 최고라는 옛 말은 진리다.
강호에 머물면서 평온한 내면까지 성취하는 것이 최상일 것이다. 그러자면 오너가 되어야 한다. 월급쟁이는 제 아무리 화려해도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고 뭔가에 쫓기는 듯 하면서 등에 무거운 것이 얹어진 듯한 느낌을 떨치지 못한다. 임명직 사장보다 작더라도 자신의 것을 가진 오너가 더 나은 것이다. 생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까지 오너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아니다.